“보고 싶어요, 마이 베이비. 마이 코리안 베이비(my baby. my korean baby)”
‘콜링 온 마이 러블리즈(Calling All My Lovelies)’를 부르던 브루노 마스는 커다란 전화기를 들고 연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물론 실제 상황은 아니다. 이 곡의 ‘특별 퍼포먼스’다. 진짜는 지금부터. 그는 “헤이 베이비, 아임 인 코리아 라잇 나우(hey baby, im in korea right now)”라며 한국어로 “보고싶어요. 보고싶어요”라고 소리쳤다. 잠실 주경기장을 가득 메운 5만 500명의 관객은 세계적인 팝스타의 고백에 함성으로 화답했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를 통해 9년 만에 한국을 찾은 브루노 마스 [현대카드 제공]
브루노 마스가 9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17~18일 양일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7 - 브루노 마스’를 통해서다.
세계적인 팝스타 브루노 마스의 공연은 일찌감치 화제였다. 지난 4월 27~28일 이틀간 진행된 티켓 예매는 전쟁을 방불케 했다. 첫째 날에는 45분, 둘째 날엔 불과 25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이틀간 최고 동시접속자는 116만명에 달했다. 두 번의 공연을 통해 브루노 마스와 함께 한 관객은 무려 10만 1000명이었다. 내한공연으로는 역대 최다 규모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현 케이스포돔)에서 1회 공연으로 1만2000명을 만났던 2014년보다 무려 8배 이상 늘어난 숫자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를 통해 9년 만에 한국을 찾은 브루노 마스 [현대카드 제공]
공연 이틀차였던 18일 오후 잠실은 브루노 마스의 공연을 보러온 관객들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워낙 많은 관객이 몰리는 탓에 현대카드 측은 오후 5시부터 관객 입장을 시작했다. 일찌감치 잠실을 찾은 관객들로 인해, 오후 6시 무렵이 되자 주경기장으로 향하는 길가의 카페와 편의점에 얼음이 동나는 ‘비상사태’까지 벌어졌다. 아시아공원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신모씨는 “워낙 더운 날씨라 다들 얼음이 들어간 음료만 찾아 충분히 준비했는데도 오후 5시 30분에 얼음이 다 떨어졌다”고 말했다. 마스의 내한에 K-팝 스타들도 줄줄이 공연장을 찾았다. 방탄소년단 뷔와 RM, 블랙핑크 제니, 지드래곤, NCT,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펜타콘, 더보이즈, 엑소 디오(도경수), 갓세븐 뱀뱀이 브루노 마스의 공연을 다녀갔다.
10만 1000명의 관객을 잠실로 불러모은 브루노 마스의 공연은 최정상 팝스타의 위엄을 보여줬다. K-공연 트렌드인 화려한 무대 영상 없이, 오로지 음악만으로 꽉 채운 시간이었다.
오후 8시, 공연은 우렁찬 폭죽 소리와 함께 히트곡 ‘24K 매직(24K Magic)’으로 막을 올렸다. 브루노 마스의 공연은 전석 지정석이었으나, 이날 공연에선 첫 곡부터 모든 관객들이 기립해 앉을 줄을 몰랐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를 통해 9년 만에 한국을 찾은 브루노 마스 [현대카드 제공]
한국 관객들은 ‘떼창의 민족’답게 노래 한 곡 한 곡을 놓치지 않았다. 2010년 데뷔, 지난 13년간 전 세계 팬들과 함께 한 팝스타의 노래는 마치 한국 가수의 곡을 듣는 것처럼 익숙했다. ‘피니스(Finesse)’, ‘트레저(Treasure)’, ‘런어웨이 베이비(Runaway Baby)’ 등 모든 곡의 가사를 줄줄이 따라 했다.
블루지한 기타 연주와 함께 선보인 ‘빌리어네어(Billionaire)’, 직접 건반을 치며 들려준 씨 로 그린의 ‘퍽 유(Fuck You)’, 스눕 독 & 위즈 칼리파 ‘영, 와일드 앤 프리(Young, Wild & Free)’ 무대도 선물 같은 순간이었다. 건반 앞에서 마스가 자신의 “인생을 바꾼 곡”이라며 ‘토킹 투 더 문(Talking To The Moon)’과 ‘낫싱 온 유(Nothing on You)’를 부르자 관객들은 두 손을 머리 위로 흔들며 호응했다. ‘베르사체 온 더 플로어(Versace on the Floor)’에서 관객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휴대폰 플래시 이벤트로 마스를 향해 5만 500개의 불빛을 밝혔다.
악기 실력도 열광케 한 부분이다. 세션들의 솔로 기타, 색소폰, 드럼 등 연주들이 곳곳에 배치돼 관객들의 귀를 더 황홀하게 한 것이다. 브루노 마스도 피아노 건반을 치며 '토킹 투 더 문', '그레네이드', '나싱 온 유' 등을 짤막하게 불러, 깊은 여운을 남겼다. 특히 피아노 반주와 함께 그의 목소리만 깔리자, 관객들은 더 큰 함성을 지르며 잠실을 들썩이게 했다. 브루노 마스가 '웬 아이 워스 유어 맨'에서 시원하게 지른 고음만큼이나, 관객들의 함성도 그야말로 터져 나온 것이다.
브루노 마스의 댄스 실력도 볼거리였다. '빌리어네어' 공연 중 브루노 마스와 밴드 세션들은 반주와 무반주 사이에 긴장감을 줘 보는 재미까지 더했고, '런어웨이 베이비'에서는 전문 댄서 같은 퍼포먼스로 그라운드 석뿐만 아니라 2층 3층 관객들도 모두 일어나게 했다. 브루노 마스가 노래는 물론, 프로듀싱, 댄스, 퍼포먼스까지 모든 면에 뛰어난 올라운더라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무대였다.
그런 가운데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떼창이었다. 오프닝 이후 초반 '파이네스', '트레저' 등 줄이어 나온 히트곡은 관객들을 흥분케 했다. 또 지난 내한 공연에서 브루노 마스가 가장 감명 받았다는 '메리 유'는 전주와 동시에 관객들의 함성이 잠실을 흔들었고, 이어 '댓츠 왓 아이 라이크', '저스트 더 유 아' 등 전곡을 따라 부르는 한국 팬들의 떼창에 브루노 마스도 중간중간 한국어로 "재밌어요?"라고 물어보고, 엄지를 치켜들며 "최고, 최고"라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브루노 마스의 완벽한 공연에 한국 팬들의 화답은 떼창에서 그치지 않았다. '베르사체 온 더 플로어'가 나오자, 관객들은 휴대전화 불빛을 켜고 노래 리듬에 맞춰 흔들었다. 불빛이 이루는 파도가 어느덧 컴컴해진 잠실 밤하늘의 별이 돼, 아름다운 광경을 이루었다.
마지막 앙코르곡 '업타운 펑크'에서는 CD를 삼킨 듯한 브루노 마스의 라이브와 함께 불꽃들이 연신 터지면서, 절정에 치닫게 했다. 약 3분 넘게 터지는 불꽃 아래서 '업타운 펑크'가 이날 공연을 화려하게 마무리,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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