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연례 심포지엄인 잭슨홀 회의 이후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안도감에 국내 증시가 이틀 연속 회복세를 보였다. 29일 코스피는 약 2주 만에 종가 기준 2550선을 회복했다.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메타 등 기술주 위주로 상승하면서 국내 반도체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다만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가 아직 남아있는 만큼 다음달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 반도체·조선 강세, 이차전지는 약세로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날 대비 0.34% 상승한 2552.16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0.75% 올라 916.24를 기록했다. 코스피는 지난 14일 이후 10거래일 만에 2550선을 회복했다. 이날은 수출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반도체를 비롯한 기계, 조선 관련 주가 강세를 보였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종목에서는 SK하이닉스가 2.33% 상승했고 기아(2.43%), 네이버(2.11%), 셀트리온(2.15%), HD현대중공업(1.75%), 한화오션(6.91%) 등의 상승폭이 컸다.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던 이차전지 주는 상대적인 약세를 보이며 쏠림현상을 완화했다. 코스피에서는 포스코퓨처엠이 3.60% 하락했고 코스닥에서는 에코프로(–2.71%), 에코프로비엠(–4.06%), 에코프로에이치엔(–2.95%) 등 ‘에코 3형제’가 나란히 하락했다. 코스피 이전 추진 소식에 전날 7% 넘게 급등했던 엘앤에프는 이날 0.42% 하락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 보고서를 통해 “비정상 밸류에이션(가치)의 정상화”라며 “기존 중장기 성과 계획 혹은 실적 추정치 상향 조정 등 특별한 펀더멘털(기초체력)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가 급등세는 분명 정상적인 움직임은 아니었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테마주가 주도하는 장세 흐름은 여전히 이어졌다. 이날은 새로운 양자상태를 발견했다는 소식에 양자컴퓨터 테마에 관심이 쏠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내 연구팀이 삼각격자 구조 자성 반데르발스 물질에서 새로운 양자 상태를 발견했다고 이날 밝혔다. 양자컴퓨터 테마주로 묶인 보안기술 업체 시큐센은 상한가(29.90%)를 기록했고 코위버도 11.55% 급등했다. 양자컴퓨터 테마로 4거래일 연속 급등한 우리로는 이날 9.09% 하락하며 조정세를 보였다.
증권가는 잭슨홀 회의 이후 이 같은 안도감이 길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기 불황에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금리 부담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중국 경기 회복이 지연되며 국내 이익 모멘텀도 다소 정체되는 3분기”라며 향후 추가 위험 요인에 대해 “11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추가 금리 한 차례 인상 시 4분기 중 연착륙 재료가 점차 옅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다음달에는 미국 실질금리 상승 가능성이 크고, 코스피 기업 이익 모멘텀이 약화하는 구간으로 난이도 있는 시장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핵심은 내년 반도체와 유틸리티 기업의 이익 증가 기대감이 약화하지 않았다는 점이지만, 반등 시점이 늦어질 수 있어 지수 상단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 또 금융사고…롯데카드 직원 100억원대 배임 적발
금융감독원이 롯데카드 직원과 협력업체 대표의 100억원대 배임 혐의를 포착하고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저축은행, 은행에서 발생한 횡령 사고에 이어 카드사 직원의 사고 사례가 보고되면서 금융권에 ‘내부 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금감원이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롯데카드 마케팅팀 직원 2명은 협력업체 대표와 공모해 카드사가 부실한 프로모션 제휴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카드사로부터 2020년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총 34회에 걸쳐 105억원을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프로모션 계약내용은 다소 불분명했다. 실적 확인수단 없이 카드발급 회원 1인당 연 1만6000원을 정액으로 선지급하는 이례적인 구조로 계약이 체결됐지만 협력업체의 서비스 이행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카드사 직원 2명은 카드사로부터 지급받은 105억원 중 66억원을 페이퍼컴퍼니 및 가족회사를 통해 빼돌려 부동산 개발 투자, 자동차, 상품권 구매 등에 소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39억원은 협력업체 대표에게 돌아갔다.
금감원 관계자는 “업체선정, 계약체결 등 과정에서 계약서 세부조항 검토 미흡 등 관련부서의 내부 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협력업체와 계약내용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사후적으로 인지했음에도 계약상 해지가 불가하다는 등의 이유로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아 사고금액이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롯데카드는 지난 4일에야 이 같은 혐의를 금감원에 보고했고 금감원은 6일부터 현장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카드사 직원 2명과 협력업체 대표를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내부통제 실패에 책임이 있는 임직원을 엄정 조치하도록 지도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롯데카드의 내부통제체계 전반을 점검해 취약점에 대한 개선책을 수립하도록 하고 전 카드사에 대한 유사사례 점검 결과를 금감원에 보고하도록 했다.
롯데카드 측은 “현재 수사 중인 사안으로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통제 전반을 재점검해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했고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전했다.
◆ 수도권+세종 차주 1인당 가계빚 1억원 넘어서
서울과 경기, 세종의 차주 1인당 가계부채 규모가 1억원을 넘어섰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 제주본부 양재운 과장이 이날 신용정보원 및 신용정보회사(NICE)를 통해 수집한 가계부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전국(제주 제외)의 가계부채는 2019년 말보다 9.1%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인천의 가계부채가 22.7% 늘었고, 경기(16.4%)와 대구(16.3%), 부산(13.1%), 광주(12.4%), 경북(11.1%)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번 분석은 예금취급기관 외에 증권사·보험사·카드사 등 비예금취급기관의 대출 및 신용판매(할부·리스 등)도 포함해 이뤄졌다.
지역별 가계부채를 차주 수로 나눈 차주 1인당 가계부채 규모를 추산한 결과 전국 평균(제주 제외)은 8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세종이 1억1200만원으로 1위였고, 서울과 경기도 각각 1억600만원, 1억300만원으로 1억원을 돌파했다. 대구(9900만원), 제주·인천(각 9700만원), 부산(9600만원), 울산(9500만원) 등도 1억원에 육박했다.
1인당 가계부채 증가율을 살펴보면 2019년 말과 비교해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대구와 인천이 나란히 18.4% 증가했다. 부산(14.5%), 광주(10.8%), 서울(10.6%), 대전(10.3%) 등도 10% 넘는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LTI)은 올해 1분기 말 전국 평균이 227%로, 차주들은 소득의 2배 이상의 가계부채를 안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별로는 세종이 268%로 가장 높았고, 제주(258%), 대구·경기(각 254%), 인천(253%), 부산(250%), 서울(247%) 등의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청년층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가팔랐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연령별 1인당 가계부채 규모(제주 제외)를 2019년 말과 비교했을 때 20대와 30대 청년층의 1인당 가계부채는 20.4% 급증해 중장년층(40대·50대, 5.8%)과 고령층(60대 이상·2.8%)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1분기 말 청년층 1인당 가계부채는 평균 7400만원이고, 고령층과 중장년층은 각각 8300만원과 1억원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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