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0원 초저가 커피 이벤트 줄줄이? 고물가 시대 새로운 전략 성공하나?

20대 새내기 직장인 A씨는 최근 파리바게뜨가 아메리카노 990원 행사를 한다는 소식에 점심식사 후 직장 동료들과 근처 매장에 방문했다가 허탕을 쳤다.

커피 행사

대대적으로 알려진 광고의 내용과는 다르게 모든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게 아니었는데 하필 방문한 곳이 미참여 가맹점이었기 때문이다.

커피 행사

13일 서울 도심의 한 파리바게뜨 매장에 '아메리카노 990원' 프로모션 포스터가 붙어있다. 사진=아시아경제 문혜원

고물가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커피 한잔을 990원에 마실 수 있는 초저가 커피가 등장했다. 그러나 정작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맹본부와는 달리 일부 가맹점주들은 프로모션에 참여하지 않은 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14일 외식·식음료업계에 따르면 파리바게뜨가 지난 8일부터 시작한 ‘아메리카노 990원 판매’ 프로모션에 참여하는 전국 가맹점은 이날 기준 3500여곳 가운데 3000여곳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도심의 한 파리바게뜨 매장에 '아메리카노 990원' 프로모션 포스터가 붙어있다. 사진=아시아경제 문혜원

프로모션에 참여하지 않는 가맹점들의 경우 번거로운 커피 제조 과정, 인건비나 임대료와 비교해 너무 저렴한 메뉴 가격 등을 불참 사유로 지목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맹점주는 "커피는 빵과 다르게 소비자들의 요구사항도 다양하고, 제조할 때 손이 더 많이 가기 때문에 너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면 마진이 남지 않아 이번 프로모션 참여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가맹본부는 이번 아메리카노 990원 판매 프로모션을 시작하기 전에 가맹점주협의회를 통해 전국 가맹점에서 판촉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동의를 얻고자 필요한 절차를 진행했다.

이는 가맹사업법상 필요한 절차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부터 적용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에 따르면 가맹본부는 프로모션을 하기 위해서는 전체 가맹점 중 70%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만 한다. 70% 이상의 동의를 얻은 프로모션은 전 가맹점이 일괄적으로 참여하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가맹본부는 미동의한 가맹점에 대해서는 참여하지 않도록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때문에 나머지 500여 곳의 프로모션 미참여 가맹점에 대해서는 본사가 일괄적으로 참여하도록 강제할 권한이 없으며, 오히려 강요할 경우 가맹사업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대신 가맹점주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프로모션 기간 내 커피 원두를 무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이번 프로모션 참여를 독려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건 오롯이 소비자의 몫이 되고 있다. 가맹본부는 대대적으로 990원 초저가 커피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이를 보고 매장을 방문하는 소비자들이 프로모션에 불참하는 가맹점에 방문하게 될 경우 A씨의 사례처럼 허탕을 치게 되거나, 더 비싼 가격에 음료를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A씨는 "초특가 커피 할인이라는 기사와 포스터 광고들을 보고 매장에 들렀다가 이벤트 미참여 매장이라는 안내를 받았을 때 허무하고 속은 기분이 들었다"며 "커피를 사는 김에 빵까지 같이 사니 가맹점주들에게도 좋은 일일 텐데 단순히 ‘귀찮다’라는 이유로 불참하지 말고 동참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프랜차이즈 업체가 어떤 파격적인 할인 행사를 할 때 가맹점들 전체가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다 함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동참하면 모두에게 결국 그 혜택이 돌아갈 텐데 가맹점주들의 참여율이 떨어진다면 그 기대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소비자의 방문이 늘어나면 빵을 하나라도 더 팔 수 있으니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서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결국 가맹점주들 공동의 자산이라는 점을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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