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실적’에 치솟은 엔비디아 훈풍이 글로벌 반도체 전반에 퍼졌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강세와 함께 ‘7만전자’, ‘10만닉스’가 복귀하면서 국내에 상장된 각양각색의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가 활짝 웃었다. 반도체 업종의 본격적인 상승기까지 변동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ETF를 통한 분할 매수 등 대응에 관심이 모아진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종가 기준 1개월간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는 21.58% 오르며 전체 ETF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는 17.88% △KODEX 미국FANG플러스(H) 17.06% △ARIRANG 글로벌D램반도체iSelect 15.90%가 뒤를 이었다.
엔비디아의 훈풍에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들썩였다. 엔비디아는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고 2분기 긍정적인 실적 가이던스를 발표했다. 이에 24일(현지시간) 뉴욕증시 시간 외 거래에서 폭등한 이후 정규장에서도 24% 치솟았고 25일(현지시간) 2%대 올랐다. 여기에 반도체 설계 기업인 마블 테크가 견고한 실적과 가이던스와 함께 AI가 핵심 성장 동력이라고 발표하면서 급등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연일 6% 넘게 상승했다.
국내에선 삼성전자(005930)가 지난 26일 7만300원에 마감하며 14개월 만에 7만원선을 되찾았다. 지난 4월 삼성전자의 감산 발표 이후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 전환, 재고 축소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SK하이닉스(000660)는 10만9200원에 마감하며 지난 25~26일 양일간 11.77% 치솟았다.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부각되고 있다. 외국인은 26일 기준 1개월 새 삼성전자를 2조5770억원, SK하이닉스를 1조2370억원 각각 사들였다. 같은 기간 개인은 두 종목에 대해 순매도를 기록했다.
반도체 단일 종목 비중을 극대화한 ETF도 들썩였다. 국내에 상장된 반도체 ETF 중 엔비디아의 비중이 가장 높은(30%)엔비디아 단일 종목 비중을 30%로 담고 있는 △ACE 엔비디아채권혼합블룸버그는 11.33% 상승했다. 국내 채권에 70%를 함께 투자하는 채권혼합형 ETF인 만큼 향후 엔비디아 주가 변동성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찬영 한국투자신탁운용 디지털ETF마케팅본부장은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메가 트렌드의 최대 수혜 종목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연말까지 이런 장기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ACE 엔비디아채권혼합블룸버그 엔비디아와 채권을 혼합해 담고 있어 편입 종목의 주가 급락 시에도 수익률 하락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파운드리 선두 기업인 TSMC와 밸류체인을 담은 △TIGER TSMC밸류체인FACTSET는 13.12% 상승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 국내와 대만, 일본 상장 반도체 기업들에 골고루 투자하는 △KODEX 아시아반도체공급망exChina액티브는 15.70% 뛰었다. 글로벌 반도체 밸류체인 1위 기업들을 담고 있는 △SOL 한국형글로벌반도체액티브는 11.30% 상승했다. △SOL 반도체소부장Fn은 8.79% 올랐다.
반도체 업종의 본격적인 상승기까지 주가 변동성이 불가피한 가운데 점진적 비중 확대가 유효할 것이란 의견이 제시됐다. 박수민 신한자산운용 ETF상품전략팀장은 “반도체는 현재 생산업체들의 감산에 따른 상대적 수요의 회복을 지나고 있고, 주가는 바닥을 다지고 있다”며 “경기 회복과 매크로 지표 반전을 기반으로 한 수요 회복 전까지 반도체 주가는 상승·하락을 반복할 수 있어, 반도체 비중을 확대하면서 본격 상승기를 대비하는 게 유효하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또 “순환적인 변화(메모리 반도체의 업턴)과 중장기 구조적 변화(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내재화 강화, AI 등의 새로운 전방산업의 출현)을 고려하면 반도체에 대한 관심은 이제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반도체는 대표적인 사이클, 경기순환 업종으로 특정 투자 시점이나 종목별 접근에 따른 변동성을 방어하려면, ETF를 통해 메모리, 비메모리, 파운드리, 장비 등 선두 기업을 중심의 분할 매수가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하루 만에 기업가치 244조 증가... 역대 3위
중국 쪽 수출길 막히면 매출 제한 가능성도
미국 실리콘밸리 엔비디아 본사 앞의 엔비디아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반도체기업 엔비디아의 주가는 379.8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5~7월 매출이 월가의 예상치를 1.5배 웃돌 것으로 예측된다는 회사 측 발표에 힘입어 전날 종가 대비 24.37%나 올랐다.
엔비디아 하루 시총 증가>퀄컴 전체 시총
이 덕에 이날 하루에만 시가총액이 1,840억 달러(약 244조 원) 불어났다. 역대 미국 기업 하루 시총 증가분 순위 가운데 아마존(지난해 2월), 애플(지난해 11월)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엔비디아의 하루 시총 증가분은 굴지의 반도체 회사인 퀄컴(1,160억 달러), 인텔(1,140억 달러)의 전체 시총을 뛰어넘는 수치다.
이로써 엔비디아는 시총 약 9,630억 달러(약 1,270조 원)로 '1조 달러 클럽' 가입에 성큼 다가섰다.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보다 먼저 시총 1조 달러에 이른 회사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알파벳(구글 모기업) 단 네 곳뿐이다. 기업명의 첫 글자를 따 'MAGA'라고 불리는 초일류 기업들이다.
시장에선 엔비디아의 최근 상황을 감안할 때 시총 1조 달러 진입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 엔비디아의 가치를 이렇게 한마디로 표현했다. "누구나 아는 이름은 아니지만, 없어선 안 될 존재." 이미 시총 1조 달러가 넘는 MAGA의 경우 소비자들이 직접 사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다면, 엔비디아는 바로 그 MAGA의 서비스가 구현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품(반도체)을 만드는 회사다.
시각물_엔비디아
AI 시대, CPU보다 중요한 건 GPU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몸값이 더 치솟을 것이라 보는 이유는 엔비디아가 꽉 잡고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AI용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점유율은 90%에 이른다.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은 그래픽처리장치(GPU). 원래 GPU는 컴퓨터 게임 등의 그래픽 처리를 위해 만들어진 반도체였다. 여러 명령을 순서대로 처리하는 중앙처리장치(CPU)와 달리 GPU는 동시에 처리하는데, 이런 특성이 챗GPT 같은 생성 AI를 위한 대규모 언어모델을 제작하는 데 적합한 것이 확인되면서 AI 개발에 핵심 부품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과거엔 컴퓨터나 서버에서 중앙처리장치(CPU)가 가장 중요한 부품이었지만, AI 시대에선 GPU가 그 자리를 꿰찬 것이다. 자연히 CPU를 만드는 인텔보다 GPU 회사 엔비디아의 가치가 더 주목받게 됐다.
테크업계에 따르면 구글 슈퍼컴퓨터 A3엔 인텔 CPU 1개가 쓰인 반면 엔비디아 GPU는 8개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UBS는 챗GPT개발에 엔비디아 GPU가 1만 개가량 쓰였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엔비디아의 GPU는 수량이 많이 필요할 뿐 아니라 가격도 비싸다. 인텔 최신형 CPU(Xeon)의 미국 가격은 1만7,000달러인데, 엔비디아의 AI용 GPU는 거래 가격이 4만 달러 정도로 형성돼 있다고 한다.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출장 기간 실리콘밸리의 일식집에서 젠슨 황(왼쪽) 엔비디아 회장과 사진을 찍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엔비디아 의존 줄여라" 거세지는 추격
중국은 엔비디아의 주력 시장인 만큼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로 중국 수출길이 완전히 막힐 경우 엔비디아 매출에 직격타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중국은 부품 공급뿐 아니라 최종 소비 시장으로서도 대체 불가능하다"며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칩을 살 수 없으면 스스로 만들 것"이라고 정부의 신중한 접근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다만 엔비디아가 중국에 수출을 못 하는 극단적 상황까진 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미 행정부가 고성능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자, 엔비디아는 이를 우회하기 위해 성능을 낮춘 '중국시장용 GPU'를 따로 만든 전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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